폰에서 프리미엄을 느꼈던 시기는 오리지날 아이폰부터 아이폰 4가 출시될 때까지 였던 것 같다. 지금이야 애플의 아이폰이 고가 시장을 잡고 있지만 맥북이 가성비가 그럭저럭 괜찮은 랩탑인 것 처럼 아이폰도 앞으로는 가성비가 괜찮은 휴대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5년 뒤 애플이 지금처럼 비싼 가격의 아이폰을 유지할 근거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아이폰의 미래도 정해져있다고 보지만 국산 스마트폰의 미래도 정해져 있다고 본다. 이대로 간다면 갤럭시 시리즈와 G 시리즈 전체가 위험할 거라 생각한다. 갤럭시가 어떤 새로운 장비가 나와도 G가 아무래 새로운 장비가 나와도 흥미롭지 못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별성이 거의 사라진 탓에 사용자는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하드웨어 차별성을 가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영국이나 미국에서 설계되고 동아시아에서 제조되는 부품들을 거의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애플처럼 남들이 모두 32비트를 쓸 때 독자적인 64비트를 설계할 능력이 없다면 다들 고만고만한 하드웨어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차별성을 가지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개별 제조사는 태생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이자 안드로이드의 최신 버전을 개발하는 구글을 압도할 수 없다. 어느 제조사의 UX 팀이 마티아스 듀아르테 보다 나은 경험을 만들 것인가? 어느 누가 최신의 안드로이드보다 뛰어난 코어를 만들어낼 것인가? 구글이 요즘에 완성도에 대해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정상급의 소프트웨어 회사이고 다른 회사가 이를 압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자체 운영체제를 가진다고? 태생적인 제조사의 한계와 생태계가 문제다. 새롭게 작성해야하는 많은 코드를 소프트웨어를 원래 잘 못하는 회사에서 잘 해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 운영체제가 성숙해지는데 10년은 걸릴 것이다. 하드웨어 제조사가 10년동안 미래를 위해 새로운 운영체제 개발에 매진하긴 힘들 것이다. 그 운영체제가 가진 생태계도 문제다. 누가 뭘 믿고 새로운 운영체제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것인가? 어느 누가 그 운영체제를 위한 하드웨어를 개발할 것인가?

중국과 대만에서 공급되는 쓸만한 수준의 폰은 10만원대 부터 가격이 형성되어 간다. 샤오미, 메이주와 같은 중국 업체들은 눈부실정도로 아름다운 폰을 중간 정도의 가격대에 만들어내고 있다. ASUS와 같은 대만 업체들은 20-30만원대에 가성비가 뛰어난 휴대폰을 만들고 있다. 다른 소규모 업체들은 10만원대에 이런 일을 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폰이나 엘지 폰을 기백만원에 사는 것은 비합리적인 소비일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삼성과 엘지의 주력 모델을 중저가로 바꾸는 것이다. 당연히 마진은 감소하고 수익도 감소하기 때문에 저항이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밑바진 독만 잡고 있다가는 도자기 시장 전체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시장의 구조는 바뀌고 있고 지금은 바뀐 시장을 선점해 가는 것이 단기의 이익에 집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기라 생각하다.